Windjammer, 마지막 실용범선들의 이야기 - 2. Flying P liner 선박취미

어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컴인지 회선인지 몰라도 어떻게 된게 이글루만 들어갈 수가 없더군요. 다른 사이트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_-;; 그렇지 않아도 글쓰는 속도가 느려서 포스팅 하기 힘든 사람인데 말입니다. 하여튼 윈드재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Flying P-liner

저번에 앞으로는 유명했던 배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해보겠다고 했는데 적어도 이번까지는 좀 그룹지어서 소개해야 될 것 같네요. 윈드재머의 역사에서 이걸 빼놓을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Flying P-liner는 독일의 해운회사인 F. 라이츠社에서 발주, 운용했던 배들입니다. 대충 의역한다면 '쾌속 P 화물선단' 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범선사의 전설로 불립니다. P liner라고 하는 이유는 전부 선명이 P자로 시작하기 때문인데 속도와 신뢰성으로 유명했습니다. 몇몇 배는 걸작소리를 듣고 윈드재머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지요.

                                                       F. 라이츠사 문장

원래 이 배들을 운용한 F.라이츠(Laeisz)사는 모자를 만드는 메이커였습니다. 초창기 부터 수출에 주력했던 모양인데 판로를 뚫은 곳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칠레등 남미 나라들이었지요. 근데, 당시는 판매대금을 원자재로 받는 일이 흔해서 이후 수출/수입을 병행하는 상사로 변모하고 나아가서는 해운업에도 손을 댑니다. 처음 시도는 별 재미를 못보고 몇년 뒤 접었지만 이후 18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운회사로 변신합니다.

마침 1850년대부터 당시 황금무역 루트인 중국만이 아니라 남미나 호주도 인구가 늘면서 새로 교역로가 뚫리는 등 많은 기회가 열렸습니다. 라이츠사도 막대한 이익을 봤고 사업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새 배를 하나 주문하기로 하지요. 진수식 때 선명을 Pudel(독일어로 푸들이란 뜻입니다)이라고 했는데 당시 사장인 칼 라이츠의 아내 조피의 별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880년대 중반부터는 모든 라이츠사의 배가 P자로 시작되는 선명을 갖게되어 이 때부터 P-line이라는 별칭이 생깁니다. 사업 또한 번창해서 당시 독일의 이름난 해운회사 대부분에 지분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때쯤 일반항로에서 기선이 우위를 차지했기에 라이츠사도 기선으로 바꾸려면 얼마든지 가능했겠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회사의 주 무역로가  남미, 호주 항로였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당시 기선은 증기기관의 항속거리가 짧아 남미까지 가려면 연료 보급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경제성은 둘째치고 그쪽은 보급받을 항구도 적당치 않아서 사실상 범선에 내줄 수 밖에 없었지요. 즉, 윈드재머의 독무대라고 해도 좋은 루트였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라이츠사는 거대 윈드재머를 기획, 발주하게 됩니다.

첫 타자는 1895년 건조된 5돛대 바크선 포토시(Potosi)였습니다. 이 배만 해도 당시로썬 거대 화물선인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례가 없는 5돛대 '쉽'을 건조하게 됩니다. 이게 범선 사상 최대라고 불리는 프로이센(Preussen)호 입니다.

(쉽이라고 하면 그냥 배란 뜻이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는데 또 다른 뜻이 있습니다. 모든 돛대의 범장을 사각돛으로 단 형태를 말하지요. 코에이사의 대항해시대를 즐기신 분이라면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

제원은 개별 포스팅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제가 호기심에서 비교해본 바로는 당시의 전노급 전함(Pre-dreadnougt)와 맞먹거나 좀 더 큰 배입니다. 이 때만 해도 군함이 민간용 선박보다 훨씬 컸던 걸로 아는데 동급이상일 정도라면 얼마나 대단한 야심작이었는지 알만하지요. 

이 즈음이 Flying P-liner의 전성기 였습니다. 하지만, 곧 어려움이 닥치죠. 일단 해난사고가 문제였습니다. 케이프 혼과 영국해협이 심했는데 전자는 옛부터 악명높은 강풍때문이었고 후자는 배가 너무 붐빈다는 거였습니다. Flying P-liner도 몇척이 이렇게 사라졌고 라이츠사의 자랑이던 프로이센호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 터집니다. 당시 Flying P-liner의 대부분이 주요 화물인 질산염의 산지, 칠레의 항구에 있었는데 여기서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이중 상당수가 연합국에 전쟁배상 명목으로 넘겨졌습니다만 남은 배들이 싣고 있던 질산염 덕분에 라이츠사는 전후 위기를 벗어나고 빼앗긴 주요 선박들을 되사들이는데 성공합니다. 사실, 이 배들이 해외에 있지 않았더라면 라이츠사는 도리없이 파산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군요.

마지막으로 정말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이 시작됩니다. 디젤기관을 장착한 선박이 나온거죠. 윈드재머가 기선과 경쟁할 수 있는 범선이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증기기관을 대상으로 한 거였습니다. 그런데 디젤기관은 초창기에도 증기기관 대비 2배이상의 효율을 자랑했고 덕분에 항속거리가 크게 증대되었죠. 상황이 이렇게 되자 라이츠사도 범선위주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오래된 윈드재머를 매각하지요. 그래도, 남미로 가는 항로에는 여전히 윈드재머가 쓸만했던지 1926년 마지막 윈드재머이자 Flying P-liner인  파두아호를 주문합니다. 

이 때부터 라이츠사가 Flying P-liner의 중심은 아니게 됩니다. 범선을 거의 다 매각했거든요. 라이츠사가 마지막까지 운항한 Flying P-liner는 가장 나중에 건조된 파두아호였습니다. 그리고 이마저 2차대전후 소련에 전쟁배상 명목으로 내놓게 되죠. 매각된 Flying P-liner는 여타 다른 범선들처럼 일부는 해군 연습함으로, 또 일부는 단거리 수송선으로 쓰이게 됩니다만 예외적으로 계속 남미와 호주 무역선으로 쓰인 배들도 있습니다. 파미르호와 같이 핀란드에 팔린 경우인데 당시 거기엔 아직도 범선으로 원양무역을 하는 회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핀란드의 구스타브 에릭손은 원래 범선 선장이었다가 자기 회사를 차린 사람입니다. 선장이 경영자가 된게 다소 예외적일지 모르지만 19세기 말부터는 대부분의 대형 해운사들이 범선에 관심을 잃었기에 선장이 곧 그 배의 경영자인 경우가 흔했다고 합니다. 에릭손도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무역업무는 잘 알았겠지요. 1913년에 회사를 차린 그는 시대에 밀린 범선들을 사들여 사업을 확장해 나갑니다. 그러다가 20년대 부터는 P-liner를 포함한 1급 윈드재머까지 손에 넣게 되지요. 사실, 라이츠사 처럼 범선을 좋아하던 회사도 어쩔 수 없었던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에릭손이 딱히 큰 이득을 보고자 윈드재머를 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물론, 이익이 나지 않았다면 그럴 수도 없었겠지만 그가 평생을 함께 해온 범선에 대한 애정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2차대전이 발발하자 에릭손의 배들도 라이츠사 때처럼 세계 곳곳에 흩어진채 발이 묶입니다. 일부는 전쟁에 휘말려 침몰했고요. 호주나 남아프리카 같은 영국측 국가에 들어간 배들은 해당 정부에 압류당했습니다. 그래도 전후 살아남은 배들은 핀란드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몇차례 더 무역항해에 나서지요. 최후의 상업항해를 마친 배는 저번 포스팅에도 언급했듯이 파미르 호였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Flying P-liner는 대부분 박물관이 되어 지난 영광과 역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현역 때처럼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답니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사진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1. 파사트(Passat)호 : 독일 뤼벡  
박물관 홈페이지  영어는 아직 준비가 안됐고 독어로만 볼 수 있습니다. ^^;;








2. 페킹(Peking)호 : 미국 뉴욕. 뉴욕의 오래된 역사적 항구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에 다른 오래된 배들과 함께 박물관의 일원으로 정박해 있습니다. 풀턴 어시장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뉴욕가는 분들은 한번 쯤 찾아봐도 될 듯 하군요.

박물관 홈페이지  여기엔 다른 배들도 있기 때문에 Ship 항목에서 페킹호를 찾으셔야 합니다. 왼쪽에 있는 사진은 인터넷 검색하다가 찾았는데 이글루분이 올리신 겁니다. 더분에 좋은 사진을 얻었지요. ^^;;



3.폼메른(Pommern)호 : 핀란드 마리안하미나. 이 동네는 인구가 만명 정도밖에 안되는 시골입니다. 찾아갈 수만 있다면 가장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겠군요.

박물관 홈페이지  별 내용은 없고 그냥 입장료하고 개장시간만 적혀있군요.



그리고, 박물관이 아닌 배입니다.

4. 파두아(Padua)호. 현 명칭 크루첸슈테른(Kruzenshtern)호 : 2차대전 후 소련으로 넘어간 마지막 Flying P-liner 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러시아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습니다. 세부 내용은 개별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죠.










P.S : 라이츠사는 지금도 존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보유한 배들의 이름이 P자로 시작한답니다. 백년도 넘은 전통을 지키고 있는 거지요. 라이츠사 홈페이지

P.S 2 : 아무래도 전 글 쓰는 속도가 너무 느리고 제 개인도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리 빠르게 올리지는 못하겠네요. 뭐, 제가 아는 것도 없으니 큰 가치는 없습니다만.. ^^;;


덧글

  • ghistory 2009/02/21 19:10 #

    Laeisz: 발음이 '라이츠' 가 아니거나 표기가 좀 잘못되지 않았는지요?

    케이프 혼: 희망봉인지요?

    구스타브 에릭슨: 핀란드에 거주하는 스웨덴계 주민이라면 구스타브 에릭손이 맞을 겁니다.

    소피→도이치어로는 조피가 원음에 가깝습니다.

    전쟁보상: 이 경우에는 전쟁배상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 지나가던이 2009/02/21 19:18 #

    - 라이츠 발음은 저도 긴가민가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한국에서 부르는 명칭이 그렇습니다. 라이츠사는 한진해운의 몇몇 선박의 주인이기도 해서 제법 알려져 있는 것 같더라구요. 설마 계약상대의 발음을 잘못 알고 있지는 않겠죠. ^^;;

    - 케이프 혼은 남미의 혼 곶을 말합니다. 희망봉은 아프리카 최남단 이죠.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혼동합니다만.

    - 나머지는 말씀대로 수정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Mizar 2009/02/21 19:26 #

    프로이센호의 경우는 과학도서(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이었을 겁니다.)에 배의 역사를 다룰 때 삽화와 제원이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의 기억으로는 배수량이 약 9000톤 정도로 1만톤은 되지 않았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전노급 전함 정도보다 더 컸다고 하시니 깜짝 놀라게 되네요. 물론 초등학생 대상의 과학도서가 정확한 제원을 기록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은 높지만 그 말씀대로라면 적어도 12000톤 이상은 된다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상당히 놀랍네요.
  • 지나가던이 2009/02/21 20:00 #

    예, 프로이센호는 생각보다 유명하더라구요. 사실, 배수량으로 치자면 짐을 실었을 때 총 11,500톤으로 당시 전함보다 몇천톤 가볍습니다. 하지만, 전함처럼 장갑을 바른 것도 아닌 민간선이란 걸 감안해보면 놀랍지요. 그리고 길이는 총 147미터로 한 10미터 더 길고 폭은 16미터로 5,6미터 짧습니다. 즉, 크기는 거의 같고 좀 더 날씬한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 Mizar 2009/02/21 20:31 #

    그렇군요..^^
    사실 배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엔 무의식적으로 배수량을 이야기하게 되니 좀 혼동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즉, 당시의 전함에 비해 길이는 길고 폭은 좁은 이른바 '종횡비'가 큰 함선이되겠군요. 어쨌거나 당시로써도 상당한 크기의 - 게다가 범선으로서 - 함선임에는 틀린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아케르나르 2009/02/21 20:54 #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전 포스팅과 함께 이 포스팅을 '대항해시대 팬사이트' 인 미르사이트(http://dhoguide.com)에 링크해 갑니다.
  • 지나가던이 2009/02/22 02:51 #

    아, 예. 감사합니다. 저도 대항을 좋아하다가 범선에 좀 관심이 생긴 경우죠. ^^
  • 슈타인호프 2009/02/22 11:59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나가던이 2009/02/22 20:32 #

    옙. 감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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