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jammer, 마지막 실용범선들의 이야기 - 3 프로이센호 선박취미

전에 말한대로 개별 배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Flying P-liner의 프로이센호 입니다. (사진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배의 형식 : 5 돛대 전장범선, 벌크 화물선(질산염 무역에 특화)
톤수 : 5,081GRT(내부용적톤), 총배수량 11,150(화물 8,000)톤
길이 : 전장 147 m                  폭 : 16.4 m
높이 : 10 m(용골에서 상부갑판까지), 58 m(갑판에서 돛대 꼭대기까지)
추진 : 범장. 돛 47장으로 항행, 돛 면적 6,806 제곱미터, 보조엔진 없음
속도 : 최고속도 20.5노트(시속 38km), 최고평균속도 15노트/일

운용인원 : 선장, 항해사(1등,2등,3등),갑판장, 요리사, 기술자(범포, 증기기관) 상기인원 포함 총 38 - 42명.

- 제원은 대충 이렇습니다. 제가 배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라서 쓸만한 정보를 적어놨는지는 의심스럽지만요. 프로이센은 전에 포스팅한대로 F. 라이츠사가 잘나갈 때 야심작으로 주문한 배입니다. 제작사는 독일 브레머하펜(Bremerhaven)에 위치한  테켈렌보르크(Tekelenborg)조선소 이고요. 전장범선(Full rigged ship)은 클리퍼시대에도 커티삭호의 예에서 보듯이 무척 빠른 배가 될 수 있습니다만 역풍을 헤쳐나가는 성능이 바크보다 못하다는 약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5돛대 전장범선은 19세기가 지나도록 나오지 못했죠. 하지만, 범선 좀 만든다는 국가라면 언젠가는 건조하고픈 선형이기도 했습니다.

라이츠사에서 이 배를 건조하자는 제안은 5돛대 바크선 포토시호의 선장이던 힐겐도르프가 처음 내놓았고, 사장의 아들인 칼 페르디난트 라이츠가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뽐뿌를 넣은 한 사람이 더 있습니다. 누구냐 하면,

예.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배와 해군을 무척 사랑했다는 당시 독일황제 빌헬름 2세입니다. 그가 포토시호를 참관할 때 언제쯤에야 5돛대 전장범선이 나오겠느냐고 라이츠사 사장인 칼 라이츠에게 물었답니다. 딱히 이 말 때문은 아니겠지만 프로이센호를 만들게 된 동기 중 하나인 건 맞다고 합니다. 이 양반이 전함만 좋아한 건 아니었더군요...

- 프로이센호는 1900년에 건조에 들어가 1902년에 완성됩니다. 그해 7월에 칠레로 처녀항해를 떠나게 되지요. 1903년에는 영국 남부 리자드 포인트에서 칠레 이키케항까지를 무려 57일만에 주파하는 대기록을 세웁니다. 함부르크 - 칠레 - 함부르크 항로로 12번 세계를 일주했으며 한번은 스탠다드 석유회사의 의뢰로 뉴욕과 일본 요코하마를 거쳐 세계일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뉴욕에 입항했을 때 거의 전 뉴욕시민이 이 기념비적인 범선을 보러 나왔다고 하지요. 

- 이 배는 당시까지 나온 범선 중 최대급일 뿐 아니라 항해성능도 높았으므로 '바다의 여왕중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미국의 거대 범선이 이런저런 성능결함에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프로이센호의 완성도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프로이센호는 기선들의 위치도 위협했습니다. 범선이라서 부정기 화물선이고 운하를 이용하기 곤란한 점은 있어도 평균속도가 기선보다 빠른데다 연료도 필요없고 크기도 거대하니 만만한 경쟁상대가 아니지요. 적어도 긴 항해가 요구되는 경우 유리한 면이 많았습니다. 당시 영국선원들은 프로이센호를 클리퍼선 시대이후 가장 빠른 범선으로 봤다고 합니다. 더 빠른 배도 있긴 했지만 짐을 훨씬 적게 싣는 배였지요.

- 황천에서의 항해성능도 뛰어나서 뷰포트 풍력계급 9의 상황(풍속 75 - 88km/h)에서 태킹(맞바람을 이용한 선회)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거센 폭풍에서도 전복하지 않고 기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 프로이센호는 추진용으로는 아니지만 증기기관을 탑재했습니다. 돛을 접고 펴는데 쓰는 윈치, 닻을 감아올리는 캡스턴, 키를 돌리는 타륜, 배수펌프, 그리고 발전기를 돌리는 데 썼지요.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건 조타용으로 썼다는 겁니다. 동력선은 아니었어도 배가 그만큼 커지다보면 동력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 많은 찬사를 받던 프로이센호였지만 1910년 11월 6일, 해난사고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사고의 원인은 영국해협을 건너는 소형 기선 브라이튼호가 규정을 어기고 프로이센호의 항로를 가로질러 가려다가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브라이튼호의 선원들은 프로이센호 같이 거대한 범선이 그렇게 속도가 빠를줄은(당시 16노트로 항해) 예상치 못했기에 벌어진 사고라고 합니다. 충돌로 이물과 앞돛대에 심한 손상을 입은 프로이센호는 제대로 조타를 할 수 없었고 인근 도버항구로 입항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강풍에 밀려 해변에 좌초되었습니다. 선원들과 화물은 무사했지만 좌초시 용골이 파손되어 배는 복구 불가능 판정을 받았지요. 현재는 좌초한 해변 앞바다에 잠겨있다고 합니다.

- 프로이센호는 오랫동안 운항한 배가 아니지만 사람들이게 깊은 인상을 심어놓았던지 전설의 범선으로 기억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덕분에 현대에 와서 그 후예가 나타났습니다. 스타클리퍼社가 운항하는 범장 여객선 로열클리퍼호입니다. 
                                                      로열 클리퍼호
이 배는 프로이센호 기반하여 설계되었습니다. 화물선이었던 프로이센호와 달리 여객선이지만 배의 크기와 구조면에서 비슷합니다. 운용사인 스타클리퍼사 홈페이지에서도 로열클리퍼호가 프로이센호의 후예임을 언급하고 있지요. 현대 여객선답게 무척 럭셔리한 배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크기가 작아(20세기 초반의 거대선이 이제는 크기가 작은 시대이지요 ^^;;) 대형 여객선이 못들어가는 항구에도 입항이 가능합니다. 여름에는 지중해를, 겨울에는 카리브해를 순항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 대서양을 건너는 상품도 판매하고요. 돈 많으면 이런 배를 타고 다니는 휴가를 떠나봄직도 하군요.

- 마지막으로 원조 프로이센호의 사진 하나.
              칠레 발파라이소에 입항한 프로이센호

덧글

  • 프랑켄 2009/02/24 12:14 #

    유럽식 돛은 암만 봐도 조작하기가 번거롭고 힘들 거 같은데,,,, 중국 정크선에 쓰였던 네모난 돛이 정말 성능이 좋았다는데..... 유럽처럼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ㅡㅡ
  • 지나가던이 2009/02/24 13:45 #

    유럽식 돛은 원래도 좀 복잡하지만 이런 최후기 범선의 경우 정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지요. 하지만 그만큼 정밀한 조정이 가능해서 빠른 항해가 가능합니다. 중국의 돛은 구미인 에게 호평을 받긴 했습니다만 대양에서의 성능은 유럽식 돛보다 낫다고 하기 곤란합니다. 어디까지나 원양범선을 20세기까지 마르고 닿도록 쓴 건 구미인이고 그만큼 돛도 개량된 형태이거든요.
  • 프랑켄 2009/02/25 09:11 #

    님 말씀대로 유럽식 돛이 대양항해에 유용하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양식 돛을 단 정크선도 희망봉을 돌아 영국 런던에 도착한 일이 있을 정도로 결코 대양항해를 못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유럽식 돛의 큰 단점이 역풍에도 대처하기 위해 횡범,종범 등 여러가지 돛을 달아야 했고 자연 바람이 불 때마다 사람이 올라가서 조정해 줘야 했죠. 그러다 강풍이 불면 떨어져 사고가 나는 일도 비일비재했고요.
    그에 비해 동양식 돛은 하나의 돛으로도 각도를 조절해 주는 것만으로도 역풍에 유용하게 대처했죠. 훨씬 적은 인원으로도요.
  • 지나가던이 2009/02/25 10:59 #

    정크선의 돛은 말씀하신 이뮤로 많은 호평을 받았지요. 가장 큰 잇점은 돛의 조정이 훨씬 쉬운 거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제가 대양에서의 성능이 더 낫다고 말은 못하겠다는 건(떨어진다는 건 아닙니다) 나름의 약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돛의 뼈대(batten)이 바람이 약하면 제대로 휘어지지 않아 바람을 완전히 못받는 약점이 있다고 해요. 중국식 돛은 배가 좋은 바람으로 순항할때, 무역풍을 받은 상황에서 최고이고 바다가 변화무쌍한 곳에서는 잇점이 다소 상쇄됩니다. 유럽의 돛은 복잡하고 욕나오게 피곤한 일이긴 해도 여러 종류의 돛을 조정하는 식으로 해결은 할 수 있죠. 스틱(수동기어)가 오토매틱보다 클러치를 밟는 등 훨씬 복잡해도 좀 더 정밀한 조정이 가능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중국식 돛의 약점이란 오랜세월동안 개량이 없었고 돛의 종류가 한정되었기에 벌어진 일에 불과할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해도 유럽식 돛보다 낫다고 말하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 프랑켄 2009/02/25 12:32 #

    예 엄밀히 말하면 대양에서의 성능은 유럽식 돛이 좋습니다. 하지만 정크선의 돛하고 그렇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중국이 해금 정책을 안 취했으면 동양식 돛이 유럽까지 퍼져 전세계를 재패했을 지도 모르죠. 좋은 기술은 나라, 종교,문화를 안 가리고 어디서나 다 환영받는 법이니깐요 ㅡㅡ
  • 지나가던이 2009/02/25 13:40 #

    예, 중국의 항해전통이 해금정책으로 끊겨버린 건 아쉽죠. 정크선이 세계 곳곳을 항해하면서 기술발전등이 좀 더 이루어졌다면 훨씬 나은 범선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 슈타인호프 2009/02/24 13:21 #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데요, 선체 소재가 나와 있지 않은데 역시 철선이겠지요?
  • 지나가던이 2009/02/24 13:41 #

    예, 강철선입니다. 돛대도 중앙의 세개는 철제입니다. 이 정도 크기가 되면 강철이 아닌 이상 강도를 보장할 수 없지요.
  • ghistory 2009/02/24 15:36 #

    브레머하벤: 이 지명은 예외적으로 '브레머하펜' 이라고 발음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Bremerhaven
  • ghistory 2009/02/24 15:37 #

    테켈렌보그→테켈렌보르크입니다.
  • 지나가던이 2009/02/25 00:46 #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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