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돛대 스쿠너 토머스 W. 로손 선박취미

- 원래 윈드재머 기획에 포함시키려고 했는데 댓글의 지적에 따라 제외시켜서 독립포스팅으로 했습니다. 윈드재머가 그냥 대형 범장 화물선을 뜻하기도 하지만 엄밀히는 사각돛을 주로 단 대형 범선을 뜻하거든요. 즉, 사각돛을 달지 않는 스쿠너는 이 범주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 어쨌든 세계 유일의 7돛대 범선 토머스 W. 로손호를 다뤄보지요.
배의 형식 : 7돛대 개프세일 스쿠너선.
용       도 : 석탄운반선. 후에 범장유조선으로 개조
배  수  량 : 13,860(화물 11,000톤 적재시)톤, 10,260(화물 7,200)톤. 11,000톤 적재시 항해성능 저하로 인해 7,200톤만 적재할 때가 많았음.

길       이 : 전장 145 m
     폭      : 15 m
높       이 : 10.3 m(용골에서 갑판까지), 47.4 m(갑판에서 돛 꼭대기까지)
운용인력  : 18명
추       진
: 돛 25장으로 항행(7장의 주 개프세일). 돛 면적 4,000 제곱미터
속       도 : 최고 16노트(29.6km/h)

- 자료를 찾다보면 사상 최대의 범선이 여러가지(?)입니다. 어느 자료에선 프로이센호, 어디에선 프랑스의 프랑스 2세호, 그리고 이 로손호가 거론되지요.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다른건데 로손호는 보조엔진이 없는(순수범선) 스쿠너로써 최대입니다. 그냥 순수범선으로써만 따지면 프로이센호에 이어 2위가 됩니다. 세계에 유일한 돛대가 7개인 범선이죠.

- 이 배는 태평양 횡단 무역선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또한 프로이센호처럼 기선을 경쟁에서 이기기위해 만들어졌죠. 덕분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양이 보다시피 11,000톤이나 됩니다. 프로이센호의 최대량 8,000톤을 무려 3,000톤이나 능가하죠. 지금이야 그게 그거겠지만 당시에는 대단한 차이입니다. 하지만, 실제 항해에서 최대 적재량을 실었을 때의 무게를 끌고 나가는데 돛의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최대량보다 훨씬 적은 짐을 실을 수 밖에 없었지요.

- 해양관련서에서 로손호는 운용하기 불편하고 굼뜬 배로 기술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당시 일부 선원들도 그렇게 봤는데 그래서 '욕조'라거나 '해변에 밀려온 고래'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안정성도 별로여서 제대로 침로를 잡으려면 매우 강한 바람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원래 기획과는 달리 미국 동부해안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용도로 쓰이게 됩니다.

- 로손호의 특징은 당연하게도 눈에 확 띄는 7개의 돛대입니다. 이보다 많은 돛대를 가진 배도 같은 수의 돛대를 가진 다른 배도 없습니다. 당시 이 돛대의 명칭이 그야말로 다양했습니다. 범선의 돛대(마스트)는 4개까지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경우 돛대의 일반적인 명칭은 영어로 fore, main, mizzen, jigger가 됩니다. 그런데 7개나 되면 새 명칭을 3개나 추가해야 됩니다. 차라리 완전히 다른 식으로 부르는게 나을 수도 있고요. 건조시에는 1번 ~ 7번 돛대라는 식으로 불렀는데 영 멋없게 들렸는지 갖가지 명칭이 난무하게 됩니다. 정리해 보면,

1. 7번만 spanker로 부른다.

2. (오전 명칭) fore - main - mizzen - spanker - jigger - driver - pusher
    (오후 명칭) forecastle - fore - main - mizzen - jigger -driver - pusher

3. fore - main - mizzen - rusher - driver - jigger - spanker

4. fore - main - mizzen - 4번 - 5번 - 6번 - 7번 : 실제 배를 탄 승무원들이 좋아한 방식. 세번째 까지는 써오던 전통방식이고 나머지는 번호순 이니까요.

5. 1주일의 요일 명칭을 붙인다. 일요일 ~ 토요일

도대체 왜 이리 돛대이름에 신경을 썼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범선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시절이라 그러려니 할 밖에요.

- 1906년에 로손호는 뉴포트 뉴스 조선소(현재는 항공모함 만드는 곳이죠)에서 석유운반선으로 개조됩니다. 범선이 유조선이 된 경우는 이게 처음이라고 합니다. 적재량은 6만 배럴이었습니다.

- 로손호는 사고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1907년, 필라델피아 인근의 정유소에서 58,000배럴의 파라핀유를 싣고 런던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선원중 일부가 숙련인원이 아니었습니다. 출항 이틀전에 임금문제로 6명이 그만둬버려 선장이 급히 고용한 인력이었죠. 또한, 선장 자신도 새로 온 사람이었습니다. 로손호는 18명으로 운항했는데 6명이 비숙련인원이라는 문제는 꽤 크지 않았을까 합니다. 프로이센호 같은 배도 사실 20명 미만으로 운항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한 적은 없는 걸로 알거든요. 대서양으로 나갔을 때만 해도 날씨가 좋았지만 이후 돌변해서 로손호는 심한 폭풍에 시달렸습니다. 영국해협 근처까지 갔을 때는 이미 돛이 대부분 떨어져 나가고 구명정은 하나만 남고 쓸려나갔습니다. 그리고, 화물칸에 있던 석탄 부스러기가 들어온 물과 섞여 물을 퍼내던 배수펌프마저 막아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로손호의 선장은 영국 실리제도(영국 서단) 근처에서 다시 폭풍을 맞자 닻을 내리고 버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주위 섬의 구조대가 배를 포기하라고 권했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화물이 날라가면 확실히 목이 잘리는 일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목숨이 위험한 판국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최악의 상황이 닥쳤습니다. 닻사슬은 강풍에 끊어지고 로손호는 바람과 파도에 떠밀려 근처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고물과 7번 돛대가 부러져 나갔고 삽시간에 물이 차올라 침몰해 버렸죠. 이 와중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선장과 다른 승무원 하나 뿐이었습니다. 이들은 침몰시 재빨리 바다에 뛰어들었고 운좋게 파도에 밀려 인근 암초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16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폭풍이 지나간뒤 일부 시신을 수습했지만 4구외에 다른 시신은 목이 없거나 팔,다리만 건졌기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근처 섬의 묘지에 합장했다고 합니다. 선장은 자신의 결정으로 승무원을 거의 다 죽이고 자기는 살아남은 결과가 된 거죠. -_-
                 보스턴항에서 본 토마스 W. 로손호

P.S : 로손호의 선명은 당시 미국의 주식 브로커이자 구리광산업으로 유명했던 토마스 W. 로손의 이름을 딴 겁니다. 로손은 소설가이기도 했는데 '13일의 금요일'이라는 증시 대폭락을 다룬 소설을 썼습니다. 우연찮게도 그의 이름을 딴 배가 13일의 금요일에 침몰했지요. 이 때도 그런 터부가 강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덧글

  • ghistory 2009/02/25 20:14 #

    프랑스 2세호: 프랑수아 2세호는 아닌지요?
  • ghistory 2009/02/25 20:15 #

    7,200톤만 적재할 때가 많았음: 8000톤이나 9000톤을 적재할 수는 없었는지요?
  • 지나가던이 2009/02/25 21:36 #

    - 영문이나 불문이나 그냥 France II라고만 표시하더라고요. 2세라고 표현한게 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실상 7,200톤만 실을 수 있다는 얘기죠. 그 이상 실으면 안전한 항해가 어렵다는 겁니다. 근데, 위키를 보니 7,400톤이라고 되어 있네요. 어느게 맞는지는 몰라도 그냥 두겠습니다.
  • ghistory 2009/02/25 23:59 #

    프랑스 2세호가 아니라 프랑스2호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http://en.wikipedia.org/wiki/France_II
  • -_- 2009/02/25 23:30 # 삭제

    원래 스쿠너는 빠르고 다루기 쉬운 배라 해적들이 애용했는데(보통 생각하는 해적의 시대보다 좀 더 후기에) 19C에 대형화가 시작되더니 이런 괴물까지 등장했죠. 이 외에 5, 6마스트 스쿠너도 존재했으나 별로 유명하진 않습니다. 그도 그런것이 대형 스쿠너선은 4마스트에서 효율이 가장 좋았다고 합니다.
    이런 4마스트 스쿠너의 모습은 현존 최대급 범선인 스페인 해군의 Juan Sebastián Elcano나 칠레해군의 Esmeralda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뭐 실용성을 위해 추진용 엔진을 단 범선이지만요. 둘은 포어 마스트의 의장형태만 다른 자매함인데 에스메랄다는 최근에도 여러차례 국내에 입항했습니다.
  • ghistory 2009/02/25 23:59 #

    Juan Sebastián Elcano: 후안 세바스티안 엘카노라고 적습니다.

  • 지나가던이 2009/02/26 09:13 #

    아무리 좋아도 과하면 탈난다고 할까요. 스쿠너로 저런 괴물을 만든 건 미국이 그 선형을 좋아해서 였던 것 같아요. 19세기에 아메리카에서 많이 썼으니. 아, 근데 세바스티안 엘카노는 모르지만 에스메랄다는 사진을 보니 바켄틴이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앞 돛대에 사각돛이 달려 있었던 것 같아요.
  • 프랑켄 2009/02/26 12:35 #

    설계자체를 잘못했나? 덩치만 컸지 별로 좋은 배는 아니었군요.
    근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범선(보조엔진 포함해서)은 최대 몇 만 톤까지 건조할 수 있나요? 10만톤까진 문제 없을 거 같은데 유조선 같은 수십만톤 짜리 배는 아무래도 힘들 거 같네요 ㅋㅋ
  • 지나가던이 2009/02/26 15:47 #

    예상한 성능이 안나온거죠. 뭔가 기존과 다른 물건을 만들 때 흔히 벌어지는 일이고요. 요즘 같이 컴으로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환경에서도 그런 일이 나오는데 저 때는 뭐...

    글쎄, 제가 조선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생각해본다면 저 정도 크기가 실용적인 면에서는 한계가 아닐까 싶군요. 공기분자가 돛을 미는 효율 자체가 크게 향상되지 않는 이상 몇만톤 선에서 더이상 돛으로 쓸만한 속도를 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프랑켄 2009/02/27 12:32 #

    요즘엔 워낙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발달해서 왠만해선 저런 실패작이 나올 수 없죠. 아니 못하죠. 자본주의 시대에 실패작 만든 사람은 곧 매장되어 버리니 ㅡㅡ
    확실히 돛으로는 덩치 키우기가 한계가 있죠. 바람을 더 많이 받겠다고 돛대를 무대뽀로 키우면 강풍 불 때 자칫하면 큰 사고 날 위험 있고 다루기도 너무 힘들어지니깐요. 하지만 초대형 슈퍼 울트라 연을 사용하면 더 덩치를 키울 수 있을 듯 하네요. 이미 외국에서는 초대형 연을 이용해 운행하는 선박이 나온 적도 있고,,,,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수십 년 후 석유 자원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그 땐 제등장하겠죠.
  • 지나가던이 2009/02/27 17:27 #

    물론 어떻게든 해보려면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만큼 절박할지는 모르겠어요.
  • 하야부네 2010/02/16 21:13 # 삭제

    프랑켄님 외국에서 연을 이용해 운항하는선박이 나온게아니라 어떤 선박이든 순풍이 부는 정기항로를 잡은 배는 가능합니다. 보통 상선은 1일항해시 엔진과 크기에따라 다르지만 수십톤의 기름을 먹습니다. 아무리 중유를 사용한다고해도 유가 상승과 환경오염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페러글라이드 비슷한 물건을 선수에 연결한후 날려서 운항해보았는데 효과는 성공이였답니다. 국내에서도 몇번 해본사례를 본적있는것같군요.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