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동독의 차이점이라고 봐야 할까나? 머리에 떠오른 생각

'북한에 충분한 돈맛을 보여주자'(Crete)에 관해

이 소넷님의 글을 보고 생각나는 건 북한과 동독의 차이점이다.

몇년 전에 산 '대재앙 통일'이라는 통일 독일에 대한 경제적 비판서를 보면 동독은 89년에 이르러 도저히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없을만한 경제위기에 처해있었다고 한다. 사실 돈이 쪼들린 건 70년대 부터여서 익히 알려진 대로 서독에 정치범(공산정권 반대자)을 돈을 받고 넘기는 식으로 수입을 올렸다. 오죽하면 국고가 비면 감옥을 채웠다는 말이 나왔을까. 국가 부채가 워낙 심각해 수뇌부에서 서독과의 국경을 없애는 방법으로 막대한 경제적 원조를 얻어내려 했고 이런 상황이었기에 베를린 장벽이 그렇게 간단히 무너질 수 있었던 셈이다.

한국의 햇볓정책은 서독의 동방정책에서 기본을 따온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 효과로 독일통일의 사례를 들었다. 통일의 현실적 방안이 전쟁 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 그런 정책이 추진됐던 건 대단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북한과 동독이 결코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긴, 그 때도 그런 말이 나오긴 했지만 미증유의 식량위기가 북한을 지나간 다음이고 과거의 적성국에 대한 식량원조계획 등 인도적 처우의 효과를 볼 때 결국 북한이 평화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경제적 위기에 봉착하자 국경개방을 고려한 동독과 고난의 행군을 해버린 북한과의 차이는 너무 컸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동독이 막대한 빛을 졌던 것도 인민의 복지향상을 위한다고 무리한 지출을 감행한 데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에 대한 인민의 충성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북한과 비교한다는 건 무의미할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햇볕정책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경제적 이전이 결국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전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견에는 다소 의문이다. 햇볕정책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닌 하나의 지렛대로 보는게 좋을 것이다. 그 용도 마저도 의심하는 시각이 많지만 따로 의견을 적을 마음은 없고..

P.S : 햇빛정책에 대해서 의견을 적자면 일단, 북한에 돈 맛을 보여준다는 건 북한에 대한 자극제로서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는 용도로서만 써야한다. 개인적으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이 이거 이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북한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보다 큰 협력과 개방이 필요하다. 만약, 경제성장을 택해 미끼를 덥썩 물고 나간다면 한국과 전쟁을 하기는 곤란해진다. 그게 햇빛정책의 목표였던 거고.. 물론, 현재처럼 계속 미끼만 빼먹는 선에서 그칠 수도 있다. 미끼를 계속 제공하는게 부담스럽거나 저쪽 사정상 전향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포기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미끼를 제공한게 그렇게 의미가 없지 않다고 보는데, 특히 식량지원이 그렇다. 아무리 적대적인 체제라고 해도 식량을 주면 그 기층주민은 거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마련이라는 얘기가 있다. 당장 효과가 나는 건 아니라고 해도 던져준 미끼가 탐스럽다면 체재에 이런저런 변화가 나는 것이다. 이 효과를 크게 봐서는 곤란하고 낙관적으로 볼 수도 없지만 말이다.   

덧글

  • 원래그런놈 2009/03/21 19:14 #

    햇볕정책의 가장 큰 패착은 미국의 대통령이 '부시'였다는 것이고

    가장 큰 성공은 그럼에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지나가던이 2009/03/22 03:59 #

    부시였던게 영향이 크긴 했겠지요. 다른건 몰라도 식량지원은 전쟁회피에 공헌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Ha-1 2009/03/23 09:45 #

    지나족들과 거래를 해 보신 분들은 이야기하더군요. 저놈들은 '우리들이 돈 좀 있으니 그걸 빼먹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라고 대놓고 말하더라고...


    누구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
  • 지나가던이 2009/03/24 00:24 #

    아, 물론 아니죠. 그런데, 거래도 아니고 식량지원같은 절박한 경우는 최소한 민중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하더군요. 그게 당장 눈에띄게 발현될 가능성은 적지만 증오나 적대감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북한정부야 어디까지나 계산적으로 나오겠지요.
  • 델카이저 2009/03/24 15:26 # 삭제

    개인적으로는 합법적으로 지배층에 뇌물을 먹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을 거 같은..-_-;; 어차피 국내 시스템에는 별로 관심 없는 애들 아니겠습니까..
  • 지나가던이 2009/03/24 15:41 #

    글쎄요. 뇌물을 먹인다고 한국에 그리 호의적이기는 어렵겠죠. 그거 먹고 어디 중립국으로 망명이라도 떠난다면 좋겠지만 그 체제 자체가 왕 한명이 중신들까지 감시하는 곳이라고 보기에 쉽지가 않을 거에요. 3대 정운까지 온다면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델카이저 2009/03/25 14:05 #

    음.. 김씨가문의 정권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힘의 일부가 "한국이 먹이는 뇌물"이 되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요.. 물론 내부 반란이 터질 수도 있지만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내부적으로 그런 통제는 잘 해왔다고 보거든요.. 애네들 정권 유지를 위해서 자기 앞의 비자금이 많이 필요할 테니 그걸 퍼주는게 가장 싸고 편리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한국에 우호적일 필요도 없고.. 그냥 전쟁 위협만 낮추면 된다고 보기 때문에..
  • 지나가던이 2009/03/25 23:23 #

    김씨왕조를 유지하는게 한국에 이익이 되는 한 그래도 좋겠죠. 단, 그 피곤한 왕조유지가 옳은 거냐는 판단을 떠나 앞으로 3대 왕이 될 정운이 왕조를 어떻게 이끌지 너무 불확실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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