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게임 SSI사의 AD&D goldbox 시리즈 - 1 게임취미

좀 나이가 된 게이머라면 PC게임에서 SSI란 회사가 있었던 걸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안다면 위대한 해전(Great Naval Battles)이나 팬저 제네럴 같은 2차대전 전략시뮬이 생각날 분들이 많겠죠. 하지만 저같은 경우는 좀 다릅니다. 저한테 SSI사라면 요런 물건들이 생각나거든요.
일단 딱 보기에도 판타지 분위기가 풀풀나는 박스아트지 않습니까? 예, 판타지 게임입니다. 그리고 박스에 써져있는대로 던전스앤드 드래곤스(D&D) 세계관을 따르는 게임들입죠. 발더스 게이트나 네버윈터 나이츠같이 말입니다. 옛 게이머 중에는 이 시리즈를 해보신 분도 있는 걸로 압니다만 제대로 즐겨봤다는 분은 못봤습니다. 아니, 그다지 알려지지도 않았죠. 왜냐구요? 한국에 들어온 때가 90년대 초반이니까요. 게임 한글화란건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시대에 영어가 넘쳐나는 게임을 하라는 건 상당히 고역이었습니다. 게다가 시스템도 그리 간단하지 않았거든요. 나름 매뉴얼을 보고 플레이 방법을 익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래픽이 그리 화려한 것도 아닌 턴방식의 RPG였으니 사람 눈길을 끌기도 어려웠겠지요. 

90년대 후반에 D&D가 들어오고 게임이 훨씬 강력한 하드웨어에 힘입어 발전한 뒤에는 보기좋고 재미있는 게임을 세계관까지 이해하면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 때는 이런 게임에 관심이 있다해도 사전을 뒤져가면서 떠듬떠듬 해석해서 플레이하는 정도였습니다. 시스템이나 용어같은 것도 이해가 안되니 머리를 감싸쥐는 경우도 있었지요. 용어얘기를 한 김에 하나 예로 들자면 'Saving throws'가 있지요.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바로 '내성굴림'입니다. 하지만 그 시절 이게 뭔 뜻인지 알기는 어려웠지요. 94년인가 골드박스 시리즈중 하나가 정발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매뉴얼 번역한걸 보니 이렇게 써놨더군요.

"발사절약".... -_-;;

아마, 발사(throw)니까 뭘 던진다는 얘기같으니 발사라 했겠고 save니까 절약인가 보다 한 모양입니다. 사전에도 없는 영 알지 못하는 단어니 할 수없이 유추해석을 한거지요.

그런데 왜 이런 게임을 소개하고 있느냐하면 제가 재미있게 한 추억이 있는 물건이라서요. 밤을 세워가며 했습니다. 게임에 진짜 빠져본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유로도 포스팅할 가치는 있습니다. 꽤나 중요한 고전게임 취급이거든요. 고향인 미국에서 명작 시리즈로 인정받기도 하고 초기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CRPG)의 역사에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울티마 까지는 아니라 해도 말이죠. 그 당시 미국에서 인기도 상당했고 지금에 와선 전설의 골드박스 RPG로 불리기도 합니다.

인기가 좋았던 이유는 제 생각에 당시 기술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AD&D의 설정과 스토리를 컴퓨터로 옮겨왔고 전투가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도 다 룰에 따라 만들 수가 있고 필드내에 많은 마을이 존재합니다. 어떤 스토리 라인에 따라 움직이는게 아닌 넓은 필드를 왔다갔다 할 수도 있어요. 물론, 해내야 할 메인퀘가 있고 그에 따라가야만 스토리 진행에 모순이 없고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만(시대가 시대니 경우의 수가 많지 않아 초반에 먼 곳에 있는 다른 마을에 가면 스토리 후반에나 진행해야할 전투나 퀘스트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이 말도 안되게 강하게 되는만큼 왠만하면 순서대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상당한 자유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펼쳐진 필드를 왔다갔다 할 수 있거든요(시리즈 중 어떤 작품은 게임배경 전체가 던전이라 이런 맛이 없기도 합니다만). 서브퀘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후반 작품으로 갈 수록 많아지는 편이었죠. 클리어에 필요하지는 않지만 스토리도 즐기고 좋은 아이템을 얻고 렙업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당시로선 무척 참신했지요. 

그 때 이 시리즈에 영화같은 그래픽과 사실감이 더해진다면 정말 끝내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론 그게 발더스나 아윈데, 네버윈터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세부 게임형식은 다릅니다만 보여주고자 하는 RPG는 같지 않았나 합니다. 

간단한 시스템 소개



아무리 고전게임이라지만 그래픽이 거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80년대 만들어진 게임엔진이니까요(이 시리즈가 처음 나온 건 87년 입니다). 어지간한 고전게임이라 해도 90년대 물건이고 그 때만 해도 게임화면이 훨씬 시원스럽고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씁니다만 이건 사실상 모든 조작이 텍스트로 이루어집니다. 마우스도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게임이거든요.

조그만 창을 통해 던전이나 거리를 묘사하고 거리 밖으로 나가면 세계맵이 펼쳐집니다. 스토리 설명이나 진행상황, NPC와의 대화(그러니까 TRPG에서 던전마스터가 불러주는 나레이션인데)는 아래 창에서 텍스트로 나타납니다. 재미있는 건 그리 크지 않은 창에 그냥 텍스트로 표시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인지 용량이 부족해서인 모르지만 상세한 묘사나 대화는 설정상 파티가 기록한다는 Jounal(모험일지)에 따로 수록해놨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적을 만나면 전투화면으로 바뀌는데 보다시피 전투는 필드에서 돌아오는 턴에 따라 캐릭터를 조작해서 적을 상대하는 식입니다. 순서는 아군 턴, 적군 턴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파티원의 조작 순서는 민첩성이 높은 캐릭터 부터 차례로 돌아옵니다. 조작방법은 오른쪽 화면 아래에 보이는 텍스트 메뉴를 이용해서 합니다. 부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제가보기엔 요즘 RPG수준 정도로 케릭터 조작이 가능합니다. 인터페이스의 편리함이나 세련됨은 비교할 수 없지만요. 분할된 오른쪽 창은 스테이터스 창인 동시에 상황설명도 합니다. 

시리즈 전체에 대한 소개는 이만 하지요. 혹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21세기의 첫 10년도 끝나가는 지금에 와선 역사의 한 귀퉁이에 걸린지 오래인 게임입니다만(후대에 나온 D&D기반 RPG 대작, 발더스게이트나 네버윈터 나이츠가 고전이 되어가는 판이니...)저한테는 '내 마음속의 RP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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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던이의 스쳐지나가는 생각들 : 영문 게임의 추억 2010-11-09 23:55:06 #

    ... 문법책 펼치고 끙끙대며 공부를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놀랍긴 하네... -_-;; (공부 싫어하니까)그런 게임의 1번 타자가 예전에 관련 글을 썼던 골드박스 게임이었다. 링크 농담 안하고 위에서 쓴대로 공부했지. 이걸 플레이하려고. 물론, 당시 있던데가 미국이라서영어공부야 어차피해야 했지만 동기가 한 100%이상은 올라갔을 ... more

덧글

  • 바람君 2009/07/30 04:04 #

    사실상 현재의 모든 게임이 이시대에 만들어진 게임들의 기본적인 개념과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 응용한 정도가 대부분이죠. 그만큼 d&d의 룰은 정말로 획기적이고 훌륭했지요.
  • 지나가던이 2009/07/30 16:01 #

    d&d룰도 훌륭하고 그걸 컴에 옮기기 위한 노력이 오늘날의 RPG게임의 기초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 blitz고양이 2009/07/30 08:54 #

    저 시리즈는 아니더라도 90년대 중반에 나온 시리즈들은 좀 해봤습니다.
    멘조베란잔인가 하는 것과 나이트 어쩌구 하는 것인데 FPS방식이었죠.
    정말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구할 방도가 없네요.
  • 지나가던이 2009/07/30 16:06 #

    90년대 중반에도 D&D기반 게임이 여러개 나왔죠. 그 때 게임도 구할 방도가.. 근데 저는 다행스럽게도 위의 시리즈 전편을 갖고 있습니다. 나름 미국에선 매니아가 있는 고전게임인지라.
  • 델카이저 2009/07/30 09:30 #

    처음 봤습니다....ㅡ.ㅡ;;

    저 당시에는 저렇게 게임을 했었군요... 대단하네요...
  • 지나가던이 2009/07/30 16:09 #

    그랬지요. 말그대로 쌍팔년도 RPG입니다. ^^;; 그런데도 웬만한 요소는 다 갖고 있다는게 놀랍죠.
  • 유이 2009/07/31 17:26 #

    21세기가 되어서야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를 통해 D&D 게임을 알게 되었고 관련 시스템과 세계관도 게임 잡지에서 일부 소개한 것을 본 것이 전부라서 지식이 많이 부족한데, D&D 관련 게임이 1980년대 후반부터 있었고 당시 컴퓨터 환경이 좋은 않았을 텐데 그 복잡한 규칙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다니 놀랍기도 하네요.
  • 지나가던이 2009/07/31 21:45 #

    한국에 D&D가 소개된 건 90년대 후반입니다. 하지만 본고장인 미국에서야 D&D TRPG가 이미 정착해 있었죠. RPG가 울티마 등으로 성립하자 D&D를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저 시리즈 입니다. 정확히는 AD&D룰 입니다만.

    저도 룰 자체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요새는 이 쪽 관련 애호가분들이 많으니 궁금하다면 그 쪽을 찾아보면 되겠지요.
  • Jey 2010/07/22 22:36 # 삭제

    당시 동서 게임채널에서 "Secret of the Silver Blade"를 "은칼의 비밀"이라는 한글 제목으로 출시한걸 구매한 기억이 납니다-ㅅ-;;;

    이게임의 특징이 방대한 대화를 한정된 디스크 용량에 넣기 위해서 게임상에 "저널 XX번 글을 읽어라"고 나오는데 그 대화집 번역이 정말 개판이었지요.

    보너스로 받는 +2 체인 메일이 "우편묶음"으로, 플레이트 메일이 "넓은 우편물"로 번역되어서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는...
  • 지나가던이 2010/07/23 09:45 #

    'SSB'는 제가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따로 포스팅이 되어있으니
    보셨을지 몰라도 훌륭했죠.

    번역은 그냥 한 숨이 나오는 수준이군요. 당시 판타지 개념도
    그리 퍼지지 못했고, 전문번역가를 쓸 생각도
    안했을 겁니다. 사실, 거기 나오는 영어가 쉽지 않지요.

    요새도 드래곤에이지 내용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보이는데...
  • Jey 2010/07/22 22:38 # 삭제

    덕분에 당시에는 국내에 생소했던 d&d룰이라 소장만 하고 있다가 10년정도 지난후 우연히 꺼내서 플레이해보니... 역시 재밌더군요. 역시 d&d 는 아는 만큼 재밌는 게임 같습니다.^^
  • 지나가던이 2010/07/23 09:46 #

    저도 오랜만에 꺼내보고 싶군요. 하하.. ^^;;

    근데 이걸 해보셨으면 상당히 연식이 되신 분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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