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게임 SSI사의 AD&D goldbox 시리즈 - 3 게임취미

그럼 이번에는 드래곤랜스 쪽 골드박스 게임을 다뤄보지요.

이쪽은 포가튼렐름 보다는 덜 알려진 세계인데 좀 나중에 나온 만큼(85년인가 나온 세계설정 입니다) 포렐보단 좀 더 세분화 되어있어요. 게임에도 그런게 반영되어 있지요. 예를 들자면 마법사가 마력에 영향을 받는 달(月)에 따라서 세종류로 구분된다던가 일종의 하플링에 해당되는 켄더(Kender)라는 종족이 있다던가 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포렐과 같지요.

드래곤랜스 세계에서는 보통 Ansalon(안살론)대륙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요. 그리고 이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린의 용사들(Champions of Krynn)은 드래곤 랜스 세계의 중요 사건인 War of the Lance(용창 전쟁)가 종결된 후에 시작합니다. 원래 적의 땅이었던 곳을 점령하고 그곳에 전쟁통에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을 정착시키기로 합니다. 파티는 아직 남아있는 적의 잔당이나 도적을 막고자 해당지역 전진기지에서 모험을 시작합니다.

스토리 진행이야 다른 작품과 비슷한데 어떤 사건을 추적하다 그게 더 큰 음모와 연결되는 식입니다. 그래도 나름 복선도 있고 따라가다 보면 꽤 재미있지요. 하나 특기할만한 건 초기에 파티에게 임무를 내리는(퀘스트) 지휘관 격인 기사양반이 있습니다. Sir Karl(카알 경)이라고 하는데 스토리 진행상 죽거든요. 적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다구리 당해 죽는거죠(문제는 파티가 구출대로 가서 죽어가는 이 양반을 발견한다는 겁니다. 좀만 기다렸으면 별 문제없이 살아돌아왔을텐데..). 참 허무하게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양반을 후속편에서 다시 써먹죠. D&D를 아시는 분은 대충 짐작하시겠지요. 

이 게임이 제가 처음해본 골드박스 RPG입니다. 처음엔 그래픽도 별로고고(솔직히 80년대 후반 기준으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PC게임으로는 그렇게 못봐줄 정도는 아닙니다만.)어려운 영어는 넘쳐나고 해서 영 아니었는데 마을을 나가니 큰 세계맵도 펼쳐지고 전투도 그럭저럭 재밌고 해서 계속 해보게 된거죠. 하지만 그래도 무지 어렵기는 했습니다. 마법은 가짓수가 무지 많은데 효과가 어떤건지도 모르겠고 매직 미사일은 이름만 봐도 짐작이 간다지만 다른 거는 별로 그렇지가 않았거든요. 적이 마법쓰는게 정말 무섭더군요. 이 때 AD&D룰 (1st였을 겁니다)로는 Hold Person(사람마비)주문에 걸리면 그냥 석상처럼 굳고 한방만 치면 그냥 죽습니다. 저렙이니 내성굴림을 거의 통과하질 못해요. 더군다나 Charm(현혹)에 걸리면 이쪽을 두들게 패니.. 가장 어이없는게 현혹당한 녀석만 남기고 파티가 전멸했을 때 입니다. 그럼 그 파티원만 남고 게임이 계속됩니다. 당연히 한놈만 남아서 할 수 있는게 없죠. 

정말이지 익숙해지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사실 매뉴얼에 다 써져있긴 했지만 영어라 읽을 엄두가 안났거든요. 나중에야 결국 다 읽긴 했습니다. 계속 죽으니까 버틸 도리가 없더라구요. 아마 그 때 제 영어독해 실력이 최소한 두배가 됐을 겁니다. 
                                      90년대 초반 당시엔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어찌보면 고마운 물건

나중에 파이어볼이나 아이스스톰도 쓰고 강한 무기도 얻어서 돌아다닐 때 참 뿌듯하더군요. 최종보스가 고룡(Ancient Dragon)세마리 인데 이 놈들 잡고 나니 뭔가 이뤘다는 느낌이었죠. 엔딩 컷신에서 "오 영웅이시여 감사합니다. 어쩌구 저쩌구" 해주고요. 

속편은 Death Knight of Krynn입니다. 요새는 워크래프트나 와우 덕분에 데스나이트란 캐릭이 유명해진게 아닌가 하는데 이 게임의 주요 악당이 데나입니다. 전편에서도 데나는 나옵니다만 이번에는 최종보스가 데나의 수장이거든요. 
이렇게 생겨먹은 분입니다. 이름은 Lord Soth(소쓰 경)인데 맨 처음 봤을 땐 웬 소스냐? 찍어발라먹으라는 건가? 라고 했지만 설정상 그리 우습게 볼 수 있는 캐릭은 아닙니다. 위키피디아 Lord Soth항목을 보면 원래는 굉장히 강하고 이름높은 기사였는데 이런저런 일로 악행을 거듭하다가 타락해서 데나가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처음으로 데나가 된 케이스인 듯도 하구요(타락하게 되는 첫 단계가 엘프미녀랑 바람이 나는 건데 엘프를 애인삼았다고 다 좋은건 아닌 모양이군요.). 무서븐 데나 입니다만 원래 기사였던지라 암습같은 비겁한 짓은 하지않으며 상대방이 무기를 든 다음에야 공격합니다. 악하지만 명예를 중시하는 악당이지요. 성향이 Lawful Evil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아까, 전편에서 죽은 기사양반이 다시나온다고 했죠? 예, 데나가 되어 나옵니다. 언데드가 되니까 역시 가치관이 바뀌는지 파티더러 언데드가 되니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며 찌질거립니다만.. 사실 이 양반 말고도 동료로 합류했다가 스토리상 죽어서 언데드가 되어 적으로 나오는 기사도 있어요. Sir Durfey(더피 경)이라고 하는데 데나는 아니지만 언데드 치고는 원래 능력을 다 갖춘채로 나옵니다. 다시 만나서 창백한 얼굴로 "Friends, Join Me"(친구여, 나처럼 되게나)라고 하는데 요즘 게임처럼 글픽이 좋다면 좀 섬찟할지도. 

게임 자체는 전편보다 좀 어려운 편입니다. 레벨이 많이 올라가면 좀 괜찮아지긴 하지만 적들이 마구 몰려나오는 퀘스트가 있거든요. 언데드가 참 무섭기는 하더군요. 하여간 이 때까지 AD&D 설정에서 나온 모든 언데드가 다 나온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막판도 꽤 대단한데 저 소쓰경하고 부하 데나들 5명, 그외 갖가지 언데드가 몰려나오는데 다른 건 문제가 아니지만 역시 데나가 무섭지요. 얘들은 근접전은 당연히 대단하고 강력한 파이어볼을 마구 날리거든요. 주문에 대책이 안되어 있다면 계속 두들겨 맞고 빈사상태에서 근접전으로 들어가 전멸당합니다.


이 동영상의 전투는 앞에서 언급한 마지막 전투가 아닙니다만 대충 분위기는 알 수 있지요. 소쓰경은 설정상 불사신이라 죽여도 다시 살아나지만 마법 아티팩트로 차원의 저편으로 날려보내는 걸로 마무리 짓습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공식설정에도 반영되어 소쓰경은 이후 다른 세계(Ravencraft)에 가서 활약하는 걸로 나오지요.

드래곤랜스 시리즈는 여기까지 다루겠습니다. 후속작인 Dark queen of Krynn이 있습니다만 제가 하다가 말았지요. 골드박스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게임은 92년 중반에 나왔는데 제가 구한 건 2000년 이었습니다. 해보기는 했는데 기존 엔진을 약간 비틀어놔서 게임플레이가 도리어 좀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지금까지 봉인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