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가 된 남북전쟁 때 군가 잡다한 취미

 - 한국 개신교에는 미군 남북전쟁 때 군가를 가사만 바꿔서 부르는 찬송가가 있다. 이게 미국에서도 그러는지 아니면 한국에서만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미국 선교사가 와서 전파했으니까 분명 미국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설마 미국에서도 그냥 이걸 찬송가로 쓸 법하지는 않다. 무척 유명한 곡이니까.

추가 : 미국에서도 찬송가로 썼다고 한다. 하기사 내용을 보면 못 쓸 이유가... 워낙에 미군에서 많이 쓰고 공식행사에도 나오니까 찬송가 이미지는 약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듯.


- Battle Hymn of the Republic

원래 곡조 자체는 미국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것이고 거기에 가사만 바꿔서 여러 곡이 나왔다고 한다. 과격파 노예 해방론자  존 브라운을 기리는 곡으로도 개사됐고 하퍼스페리 연방 병기창 습격 사건 이후 당시 가담자 한 명의 부인이 이 'Battle Hymn'의 가사를 썼다. Battle Hymn은 링컨이 무척 좋아해서 널리 퍼졌고 지금도 미국에서 각종 공식행사에 나오는 곡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 곡의 제목은 좀 재밌다. '마귀들과 싸울지라'이니까. 개신교인이라면 다들 들어봤을 찬송인데. (사실 저 곡을 이걸로 기억할 것이다)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벗은 형제여' 이렇게 시작한다. 구판 찬송가에서는 388장, 현재쓰는 개역 찬송가에서는 348장이다.

- March Through Georgia

이것도 미국에서 당시에 히트쳤던 곡이다. 셔먼 장군이 남부의 핵심인 조지아 주 일대를 관통하며 바다까지 나가 경제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린 사건을 기념하는 곡인데, 무척 흥겨운 곡조로 되어있다. 밑에 나온 영상 첫머리에서 소개하듯, 북부(Union)측에서는 이제 완벽히 승기를 잡은 것을 뜻하는 일이니 즐거울 법하다. 하지만 남쪽에서는 당연히 저주받을 사건이라, 절대로 인기가 있었을 턱이 없고. 셔먼이란 이름이 거의 80년간 악마나 다름 없었다고 하니까. 그럴 법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우리들이 싸울 것은'이라는 찬송으로 불린다. 구판 찬송가로 393장, 개역판으로 350장이다.

- 이 두 곡 다 한국에서는 '마귀들과 싸우는 군가'라는 식이다. 가사를 보면 명확히 그렇게 나왔다. 그래서 어째 좀 묘한 기분이 든다. 150년전 미국 남부 동맹군이 마귀 취급 받는 느낌이랄까? 뭐, Battle Hymn의 경우 후렴구가 원곡이든 찬송가든 Glory, Glory, Hallelujah이고 가사를 잘 따져봐도 완전 성경 내용을 인용한거니 원곡도 다분히 우리가 '주님의 군대'라는 식으로 되어있다. 원곡도 그러니 군가풍인 이 노래에 마귀 사탄 권세와 싸우는 가사를 붙이기 쉬웠겠지. 물론 옛날 구미 군가란 게 다 그랬지 않을까 한다만..

한국 찬송가의 제목에는 옆에 작자와 원래 출처가 나왔는데 그걸 보면 원곡명을 알 수 있다.

- 참고로 한국 찬송가 버전 영상을 올린다.

'마귀들과 싸울지라' 1분 5초부터 시작한다.


'우리들이 싸울 것은'


- 이로써 언젠가 써둬야지 했던 포스팅을 또 하나 해결했다. 다른 건 언제쓸지 모르지만.

덧글

  • 시쉐도우 2012/01/03 17:10 #

    윗 곡은 왠지 '복남이네 어린아이 감기걸렸네'라는 노래와 비슷하네요. 복남이네쪽이 훨씬 곡조가 빠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이쪽이 번안+편곡일려나요?
  • 지나가던이 2012/01/03 23:15 #

    저는 '복남이네'가 어떤 노래인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꽤 있을 것 같아 검색해보니 나오더군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anem&logNo=70114383748

    그러니까, 이 곡조를 애당초 미국에서도 여러 노래에 붙였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겁니다. 가장 유명한 버전은 미국에서는 저 battle Hymn이고 한국에서는 이 찬송가이지만요.

    '복남이네' 버전은 후렴구가 없는 모양이군요.
  • Limeholic 2012/01/03 20:08 #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군가라니, 알고 나니 기분이 묘하네요. 어릴 때는 캐롤과 잉글랜드 국가가 찬송가였다는 것을 알고는 나름 실망했더랬죠. 크리스마스와 같은 예쁜 날이나 내가 좋아하는 나라가 교회와 엮일 수는 없어 ㅠ 뭐 이런 심리였을까요 ㅎ 잘 읽고 갑니다^-^
  • 지나가던이 2012/01/03 23:22 #

    음, 저는 God save the Queen을 처음 들어보고 왠 찬송가를 국가로 삼았나 했더랬죠. 사실, 옛날에 유럽에서는 교회하고 국가가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보면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죠.

    클래식 음악도 초기에는 종교음악이 많을 정도니 1600년대까지 교회의 영향력은 아직 매우 지대했을 겁니다. 문화가 종교하고 떨어질 수가 없는 상황이고 애당초 크리스마스는 뭐니뭐니해도 예수 생일로 의미가 생긴 명절인데요 뭐... 우리네하야 독실한 기독교인이 아닌 이상 별 상관은 없지만.
  • 찬미예수 2012/09/22 00:15 # 삭제

    찬송가면 어떻습니까? 기독교가 아니었으면 이 나라도 없었을 것을......
  • 지나가던이 2012/09/24 10:04 #

    그냥 재미있다는 거죠. 그리고 저는 기독교가 그리 중요했다고 생각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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